
아침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맨발로 바닥을 밟았을 때, 이제는 슬리퍼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은 계절보다 조금 늦게 움직이고, 전기장판은 그보다 더 늦게 옷장 밖으로 나옵니다.
보관 가방의 지퍼를 열었습니다.
천에서는 오래 닫혀 있던 냄새가 났고, 장판에는 지난봄 접어놓은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손바닥으로 몇 번 펴본 뒤 플러그를 꽂았습니다.
잠시 후, 냄새가 올라옵니다.
눅눅한 천 냄새 같기도 하고, 먼지가 데워지는 냄새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주 조금, 플라스틱이 뜨거워질 때 나는 냄새도 섞인 것 같습니다.
이쯤 되면 사람은 코를 믿어야 할지, 추워진 발을 믿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오늘 밤 그냥 사용해도 될까요?
냄새보다 먼저 접힌 자리를 봅니다
전기장판은 이불처럼 털어서 바로 펼쳐 쓰는 물건이 아닙니다.
천 안쪽에는 열선이 지나갑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오랫동안 날카롭게 접힌 부분에서는 내부 열선이 눌리거나 손상됐을 수 있습니다.
플러그를 꽂기 전에 장판을 평평하게 펴보세요.
접힌 자리가 유난히 딱딱하지 않은지, 표면이 볼록하게 솟거나 눌린 곳은 없는지 살펴봅니다. 천이 변색됐거나 그을린 흔적이 있는지도 확인합니다.
전원선과 온도조절기도 함께 봐야 합니다.
선이 꺾여 속이 드러났거나 플러그 주변이 검게 변했다면 시험 삼아 켜보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온도조절기와 장판의 연결 부위가 헐거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뜻함은 넓고 고르게 와야 합니다.
한 줄만 유난히 뜨겁다면 그곳은 온돌 명당이 아니라 점검해야 할 자리입니다.
묵은 냄새와 타는 냄새는 다릅니다
옷장이나 수납장에 오래 보관한 전기장판에서는 천과 먼지의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이런 냄새는 전원을 연결하지 않은 상태로 장판을 평평하게 펼쳐 통풍하면 옅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표면 청소가 필요하다면 세탁 표시와 제품 설명서에서 물세탁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냄새를 가리겠다고 향수나 탈취제를 뿌리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향이 더해진다고 열선 상태가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냄새의 원인을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액체가 연결 부위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반면 코를 찌르는 전선 냄새, 타는 플라스틱 냄새가 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연기가 보이거나 ‘지지직’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경우, 플러그나 온도조절기가 손을 대기 어려울 만큼 뜨거운 경우도 정상으로 넘겨서는 안 됩니다.
그때는 전원을 끄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상황에서 플러그를 뽑습니다. 연기나 불꽃 때문에 가까이 가는 것이 위험하다면 직접 손대지 말고 자리를 벗어나 119에 신고해야 합니다.
‘오랜만에 켜서 원래 이런가 보다’라는 말은 냄새가 사라진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전기장판은 겨울의 첫날부터 담력을 시험하는 물건이 아니니까요.
처음 켤 때는 잠들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상태를 확인했다면 장판을 접거나 겹치지 말고 평평하게 펼칩니다.
위에 무거운 물건을 올려놓거나 일부를 이불 아래로 말아 넣지 않습니다. 열이 한 곳에 머물면 그 부분의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온도조절기는 장판 위에 두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조절기도 작동하면서 열을 냅니다. 따뜻한 장판 위에 올리고 이불까지 덮으면 열이 빠져나가기 어려워집니다. 전원선이 장판 아래에 눌리지 않도록 위치도 정리합니다.
처음에는 낮은 온도로 켜고 곁에서 상태를 지켜봅니다.
잠시 뒤 손등으로 여러 부분의 온도를 가볍게 확인해 보세요. 전체가 비슷하게 따뜻해지는지, 특정 부분만 유난히 뜨겁거나 계속 차갑지는 않은지 살펴봅니다.
냄새가 점점 줄고 온도가 고르게 올라간다면 조금 더 지켜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냄새가 진해지거나 특정 부분만 뜨거워진다면 사용을 멈추는 것이 좋습니다. 고장인지 아닌지를 몸으로 오래 확인할 필요는 없습니다.
라텍스 침구와 함께라면 한 번 더 확인합니다
전기장판 아래나 위에 라텍스 매트리스가 있다면 제품 설명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라텍스는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전기장판에서 발생한 열이 쌓이면 변색이나 변형이 생길 수 있고, 심한 경우 화재 위험도 커질 수 있습니다.
두꺼운 토퍼나 열을 가두는 침구도 무조건 안전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전기장판과 침구 사이의 궁합은 사람 사이보다 조용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훨씬 뜨겁습니다.
우리 집 제품 설명서에서 사용 가능한 침구와 설치 방향을 먼저 확인하는 이유입니다.
따뜻하다고 계속 높은 온도로 자지는 마세요
전기장판의 열은 뜨겁게 느껴지지 않아도 피부에 오래 닿으면 저온화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잠든 동안에는 자세를 바꾸지 못하고 같은 부위가 계속 열에 닿을 수 있습니다. 어린이, 고령자, 피부 감각이 둔한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이불을 데우고, 잘 때는 온도를 낮추거나 타이머를 사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높은 온도로 밤새 사용하는 습관은 피합니다.
몸이 따뜻해졌다고 장판도 밤새 최선을 다할 필요는 없습니다.
겨울밤에는 사람도 쉬고, 열선도 조금 쉬어야 합니다.
다시 보관할 때는 접지 말고 말아 둡니다
겨울이 지나 장판을 넣을 때는 전원을 끄고 충분히 식힙니다.
그다음 열선이 심하게 꺾이지 않도록 느슨하게 말아 보관합니다. 무거운 상자를 위에 올려놓거나 여러 번 접어 좁은 틈에 밀어 넣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전원선은 온도조절기 주변에 팽팽하게 감지 않습니다.
선이 장기간 같은 방향으로 꺾이면 피복이나 연결 부위에 부담이 갈 수 있습니다. 조절기와 전원선은 눌리지 않도록 따로 정리합니다.
올봄에 잠깐 아끼려던 수납공간이 다음 겨울의 걱정으로 돌아오지 않게 하는 방법입니다.
전기장판을 켜면 방보다 먼저 이불속이 따뜻해집니다.
그 작은 따뜻함이 반가워 냄새나 접힌 자국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겨울을 서둘러 맞을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장판을 펴고, 손으로 천천히 살펴보고, 낮은 온도에서 잠시 지켜보세요. 냄새가 무엇인지 알 수 없거나 열이 고르게 퍼지지 않는다면 그날은 사용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춥지만 하룻밤은 지나갑니다.
불안한 전기장판을 켠 밤은 조금 더 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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