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하루 종일 내렸습니다.
바닥은 끈적하고 이불은 눅눅합니다. 이 정도라면 제습기 물통에도 제법 물이 모였을 것 같아 꺼내보았습니다.
그런데 가볍습니다.
기울여봐도 바닥에 물 몇 방울이 구를 뿐입니다.
한 시간째 소리를 내며 돌아갔는데 물통은 거의 비어 있습니다. 이럴 때 사람은 제습기보다 먼저 과열됩니다.
“바람만 나오고 제습은 안 되는 것 아닐까?”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물통이 비었다는 사실만으로 고장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물이 물통이 아닌 다른 곳으로 빠지고 있을 수도 있고, 제습기가 이미 목표 습도에 도달했다고 판단해 압축기를 쉬게 했을 수도 있습니다.
방이 너무 서늘하면 공기에서 꺼낼 수 있는 물의 양 자체가 적어집니다.
물통은 중요한 단서이지만 판결문은 아닙니다.
제습기가 실제로 일하고 있는지는 물의 양과 실내 습도의 변화를 함께 봐야 합니다.
물은 물통이 아닌 다른 길로 갈 수 있습니다
제습기 뒤에 연속배수 호스가 연결되어 있는지 먼저 살펴보세요.
연속배수를 사용하면 제습기에서 생긴 물은 물통을 거치지 않고 호스를 따라 바로 빠져나갑니다. 물통이 계속 비어 있어도 호스 끝에서 물이 나오고 실내 습도가 내려간다면 정상입니다.
가족 중 누군가 호스를 연결해 두었거나, 지난 장마철에 사용한 배수호스를 그대로 둔 사실을 잊었을 수도 있습니다. 기계가 물을 만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엉뚱한 장소에서 물을 기다린 셈입니다.
호스를 사용하고 있다면 중간이 눌리거나 꺾이지 않았는지 살펴봅니다. 호스 끝이 제품의 배수구보다 지나치게 높거나 물에 잠겨 있으면 배수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연속배수 호스의 설치 높이와 연결 방법은 제품마다 다릅니다. 다른 제습기의 사진을 보고 비슷하게 연결하기보다 우리 집 제품 설명서에 나온 기준을 따르는 편이 안전합니다.
호스를 연결하지 않았다면 물은 물통으로 가야 합니다.
그때부터는 제습기가 실제로 수분을 모으는 운전을 시작했는지 확인할 차례입니다.
표시창의 숫자 두 개가 서로 다른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제습기 화면에 나타나는 숫자는 현재 습도일 수도 있고, 사용자가 정한 희망 습도일 수도 있습니다.
둘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뜻은 다릅니다.
현재 습도가 58%인데 희망 습도를 60%로 맞춰두었다면 제습기는 이미 충분히 건조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팬만 돌고 압축기는 멈춰 있을 수 있습니다.
바람은 나오는데 물이 생기지 않는 이유입니다.
화면에 표시되는 숫자가 현재 습도인지 희망 습도인지 먼저 확인해 보세요. 버튼을 눌렀을 때만 희망 습도가 잠시 나타나는 제품도 있고, 두 수치를 번갈아 보여주는 제품도 있습니다.
작동 여부를 확인하려면 희망 습도를 현재 습도보다 낮게 설정합니다. 연속제습이나 의류건조 모드가 있는 제품이라면 제조사에서 허용한 범위 안에서 그 모드를 잠시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제습 기능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입니다.
습도를 무조건 가장 낮게 설정한 채 계속 사용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물통이 제대로 앉지 않으면 운전도 시작되지 않습니다
물통을 비운 뒤 다시 끼우면서 조금 덜 밀어 넣었을 수 있습니다.
많은 제습기는 물통이 제자리에 들어오지 않으면 물이 넘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제습 운전을 시작하지 않습니다. 팬이 돌지 않거나 만수 표시가 나타나며 멈추는 제품도 있습니다.
물통을 한 번 꺼낸 뒤 내부에 비닐이나 이물질이 끼어 있지 않은지 살펴보고, 기울지 않게 끝까지 다시 넣어보세요.
물통 안에는 물이 가득 찼는지를 감지하는 플로트나 부품이 들어 있는 제품도 있습니다. 물통은 비어 있는데 만수 표시가 계속 나타난다면 이 부품이 걸렸거나 물통이 제대로 조립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이물질과 조립 상태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수 감지 장치를 테이프로 고정하거나 센서를 눌러놓은 채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감지 기능을 억지로 해제하면 실제로 물이 찼을 때 운전이 멈추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통을 바르게 끼워도 만수 표시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서비스 점검을 받는 편이 좋습니다.
제습기에게 한 번은 제대로 일할 조건을 줘야 합니다
고장 여부를 확인하려면 조건을 잠시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문과 창문을 닫을 수 있는 방을 고르고, 제습기의 흡입구와 바람이 나오는 곳을 커튼이나 가구로 막지 않습니다. 필터에 먼지가 두껍게 쌓였다면 전원을 끄고 제품 설명서에 허용된 방법으로 청소합니다.
물로 씻을 수 있는 필터만 세척하고, 씻은 필터는 그늘에서 완전히 말린 뒤 끼워야 합니다. 젖은 필터를 바로 장착하거나 열교환기에 물을 직접 뿌리면 안 됩니다.
제습기 옆이 아닌 방 안쪽에 별도의 온습도계가 있다면 함께 놓아보세요.
제습기의 센서는 기기 주변 공기를 읽고, 온습도계는 놓인 자리의 공기를 읽습니다. 숫자가 정확히 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운전 전보다 습도가 내려가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가입니다.
이제 희망 습도를 현재보다 낮게 설정하거나 제품에 있는 연속제습·의류건조 모드를 선택합니다. 전원을 막 켠 직후에는 압축기 보호를 위해 잠시 팬만 돌 수 있으므로 사용설명서가 안내하는 대기시간을 충분히 둡니다.
그동안 계속 물통만 들여다볼 필요는 없습니다.
실내 습도가 내려가는지, 물통이나 연속배수 호스에 물이 생기는지, 바람의 상태가 달라지는지를 함께 봅니다.
일반적인 가정용 압축기식 제습기는 수분을 제거하는 동안 실내 공기보다 따뜻한 바람이 나올 수 있습니다. 물이 조금씩 모이고 습도가 내려가며 평소와 다른 냄새나 소리가 없다면 제습 기능은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바람이 미지근하다고 곧바로 고장은 아닙니다
제습기에서 나오는 바람은 운전 내내 같은 온도가 아닐 수 있습니다.
목표 습도에 가까워져 압축기가 멈추면 팬만 돌면서 바람이 미지근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전원을 다시 켠 직후 보호 대기 중이거나 열교환기에 생긴 성에를 녹이는 제상 운전 중에도 잠시 물이 생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손을 대본 한 번의 느낌만으로 고장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바람 온도는 단서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설정을 낮췄는데도 습도 변화가 전혀 없는지, 물이 어느 쪽에도 생기지 않는지, 압축기가 작동하는 기척이 계속 없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제습 방식도 제품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설명은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압축기식 제습기를 기준으로 하며, 보유한 제품의 방식과 운전 표시는 설명서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서늘한 방에서는 물이 적게 모일 수 있습니다
같은 60%라도 따뜻한 공기와 차가운 공기에 들어 있는 실제 수분량은 다릅니다.
따뜻한 공기는 수분을 더 많이 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내온도가 낮으면 상대습도 숫자가 높아 보여도 제습기가 꺼낼 수 있는 물의 양은 적을 수 있습니다.
특히 겨울철의 차가운 방이나 난방하지 않는 창고에서는 여름철보다 물통이 천천히 찰 수 있습니다.
압축기식 제습기는 낮은 온도에서 열교환기에 성에가 생기면 이를 녹이기 위한 제상 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압축기가 잠시 쉬고 팬만 움직이므로 물이 모이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용 가능한 온도 범위는 모델마다 다릅니다.
방을 뜨겁게 만들 필요는 없지만, 제품 설명서가 허용하는 운전 온도보다 낮은 장소에서 시험한 뒤 제습기가 고장 났다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욕실처럼 물이 튀는 장소나 비를 맞는 베란다로 옮겨 시험하는 것도 피하세요. 제습기는 물을 모으는 기계이지만 외부에서 물을 맞아도 되는 기계는 아닙니다.
‘하루 20L’는 매일 물 20L를 준다는 약속이 아닙니다
제품에 ‘일일 제습량 20L’라고 적혀 있으면 하루가 지나기 전에 물 20L가 나올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숫자는 정해진 온도와 습도 등 시험 조건에서 측정한 성능입니다.
실제 집에서는 처음 습도와 실내온도, 방의 크기, 문을 여닫은 횟수와 운전시간이 모두 다릅니다. 목표 습도에 도달하면 압축기가 쉬기도 합니다.
그래서 20L 제품을 사용한다고 매일 물통에 20L가 모이는 것은 아닙니다.
물통 용량도 일일 제습량보다 훨씬 작은 경우가 많습니다. 제습기가 하루 동안 처리할 수 있는 양과 한 번에 물통에 담을 수 있는 양은 서로 다른 숫자입니다.
표시된 제습량만큼 물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사용한 공간에서 습도가 실제로 내려갔는지를 먼저 보세요.
제습기는 생수 공장이 아닙니다.
많이 모았느냐보다 필요한 만큼 습기를 줄였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물통보다 방의 변화가 더 정확한 신호입니다
정상적으로 제습이 되고 있다면 물통이나 배수호스에 물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실내 습도가 내려가는 변화가 나타납니다.
둘 중 하나만 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창문이 열려 있다면 물은 계속 모이는데 외부 습기가 들어와 방의 습도는 잘 내려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미 목표 습도에 가까운 방에서는 습도는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물통에 모이는 양이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습기 표시 습도와 별도 온습도계가 몇 퍼센트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고장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센서가 놓인 위치와 공기 흐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별도의 온습도계에서도 습도가 높은 상태이고, 문과 창문을 닫았으며, 설정과 운전모드·물통·필터까지 확인했는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충분히 작동시켜도 물통과 배수호스 어디에도 물이 생기지 않고, 실내 습도도 그대로라면 실제 제습 기능을 점검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는 물통을 그만 들여다봐도 됩니다
다음과 같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제조사 서비스센터에 점검을 요청하는 편이 좋습니다.
적절한 온도와 높은 습도의 밀폐된 공간에서 작동시켰는데도 물이 전혀 생기지 않고 습도도 내려가지 않는 경우입니다. 희망 습도를 현재보다 낮게 설정하거나 연속제습 모드를 선택했는데도 압축기가 작동하는 기척이 없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물통은 비어 있는데 만수 표시가 사라지지 않거나, 오류 표시와 반복적인 전원 차단이 나타나는 경우에도 내부 센서와 부품을 살펴야 할 수 있습니다.
타는 냄새와 연기, 심한 진동, 금속이 부딪히는 듯한 소리가 나면 다시 켜서 확인하지 마세요. 전원 플러그나 콘센트가 지나치게 뜨겁거나 변색된 경우에도 즉시 사용을 멈춰야 합니다.
냉매와 압축기, 습도센서와 내부 배수통로는 사용자가 분해해 확인할 부분이 아닙니다.
뒤판을 열어보면 답이 나올 것 같지만, 그 순간 제습기 점검이 새로운 수리 항목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모델명과 표시된 오류, 시험한 운전모드, 당시 실내 온도와 습도를 기록해 서비스센터에 전달하면 점검에 도움이 됩니다.
물통이 비어 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
제습기를 다시 켜기 전에 물이 어디로 빠지도록 되어 있는지 먼저 봅니다.
그다음 현재 습도와 희망 습도를 구분하고, 물통이 정확히 들어갔는지 확인합니다. 문과 창문을 닫은 방에서 제품에 맞는 운전모드로 작동시킨 뒤에는 물통뿐 아니라 실내 습도의 변화도 함께 살펴봅니다.
습도가 내려갔다면 물통의 양이 적어도 제습기는 일을 했을 수 있습니다.
연속배수 호스로 물이 빠지고 있었다면 빈 물통은 오히려 당연합니다. 방이 서늘하거나 이미 건조했다면 물이 적은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방은 여전히 눅눅하고, 온습도계 숫자도 그대로이며, 물은 어느 쪽에서도 보이지 않는다면 그때는 기계를 의심해 볼 차례입니다.
물통이 비어 있는 날이 모두 고장은 아닙니다.
제습기를 충분히 일하게 했는데도 방에 아무 변화가 없는 날이 점검이 필요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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