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탁실에 들어섰는데 양말 끝이 차가웠습니다.
바닥을 내려다보니 세탁기 앞에 얕은 물이 번져 있었습니다. 방금 흘린 물인가 싶어 닦았지만, 수건을 치우자 바닥이 다시 반짝였습니다.
그때부터 작은 물웅덩이가 갑자기 큰 고장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세탁기 안에서 뭔가 터진 건 아닐까?”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탁기 주변의 물이 모두 세탁기 내부에서 나온 것은 아닙니다. 수도꼭지 연결부에서 떨어진 물이 제품 뒤를 타고 내려올 수도 있고, 배수구에서 넘친 물이 세탁기 아래로 흘러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세탁이 끝난 뒤 문에 맺혀 있던 물방울 몇 개가 떨어진 것일 수도 있지요.
물이 고인 자리와 물이 시작된 자리는 다를 수 있습니다.
물은 낮은 곳을 잘 찾아갑니다. 세탁기보다 먼저 우리 집 바닥의 기울기를 파악해 둔 것처럼 움직입니다.
그래서 누수를 발견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세탁기를 뜯어보는 것이 아닙니다.
물의 출발점을 찾는 일입니다.
바닥을 닦기 전에 먼저 멈춰야 합니다
세탁기가 작동 중이라면 동작을 멈추고, 안전하게 손이 닿는다면 세탁기와 연결된 수도꼭지를 잠가주세요.
물이 콘센트나 전원선 가까이까지 번졌다면 젖은 손으로 플러그를 뽑아서는 안 됩니다. 물이 고인 바닥으로 들어가지 말고, 마른 곳에서 안전하게 조작할 수 있을 때만 차단기를 내려 전원을 차단해야 합니다.
바닥을 닦기 전에는 휴대전화로 물이 고인 자리와 세탁기 주변을 찍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물이 마른 뒤에는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기 어려워집니다. 누수가 발생한 세탁 단계와 처음 젖은 위치를 기록해 두면 나중에 서비스 점검을 받을 때도 도움이 됩니다.
안전하게 전원과 물을 차단했다면 바닥을 완전히 닦습니다.
그다음 수도꼭지와 급수호스 연결부, 세제함 아래, 드럼세탁기 문 아래, 배수필터 덮개 주변, 배수호스와 바닥 배수구 근처에 마른 휴지나 키친타월을 대어볼 수 있습니다.
종이 전체가 젖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가장 먼저 점 하나가 생기는 곳이 물길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세탁기를 돌리지 않았는데 뒤가 젖는다면
세탁기를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도 뒤쪽 바닥이 젖는다면 수도꼭지와 급수호스 연결부를 먼저 살펴봅니다.
급수호스는 수도꼭지의 물을 세탁기로 보내는 통로입니다. 수도꼭지와 연결기가 충분히 밀착되지 않았거나 내부 고무패킹이 빠졌다면 연결부에서 물이 조금씩 떨어질 수 있습니다.
호스가 오래되거나 세탁기와 벽 사이에 눌린 경우에도 갈라짐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겨울철 얼었던 호스가 녹으면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도 합니다.
마른 휴지로 수도꼭지 아래부터 호스 연결부를 차례로 눌러보세요. 연결 부위만 젖는지, 호스 중간에서 물기가 묻어나는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연결 상태를 바로잡으려면 수도꼭지를 먼저 잠가야 합니다. 호스가 갈라지거나 부풀었다면 방수테이프로 감아 계속 사용하지 마세요.
급수호스에는 수도 압력이 계속 걸릴 수 있습니다. 작은 틈을 테이프로 달래 놓고 외출하는 것은 마음이 편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사용 중인 모델과 연결 방식에 맞는 호스로 교체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건조기와 세탁기를 직렬로 설치했거나 워시타워처럼 일체형인 제품은 혼자 움직이지 마세요. 뒤를 보겠다고 무거운 제품을 당기다가 급수호스와 전원선이 함께 당겨지면 오히려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물을 받을 때 세제함 아래가 젖는다면
세탁기가 급수를 시작하는 순간 앞쪽 위에서 물이 흐른다면 세제함 안의 물길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가루세제가 굳거나 섬유유연제가 끈적하게 남으면 들어온 물이 아래로 원활하게 빠지지 못합니다. 물은 갈 곳을 잃고 세제함 앞쪽으로 넘칠 수 있습니다.
세제와 유연제를 많이 넣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생깁니다.
깨끗하게 빨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세탁기는 성의를 세제 뚜껑 수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세제는 거품과 찌꺼기를 늘리고 세제함의 물길을 답답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세제함을 사용자가 분리할 수 있는 모델이라면 굳은 세제와 유연제 찌꺼기를 미지근한 물과 부드러운 솔로 닦아주세요. 유연제 칸의 사이펀 부품이 분리되는 제품은 청소 후 원래 위치에 정확히 끼워야 합니다.
세제함이 들어가는 안쪽도 눈에 보이는 범위까지만 닦습니다. 뾰족한 도구를 깊숙이 넣거나 제품 구조를 모르는 상태에서 부품을 분리하지는 마세요.
청소한 세제함은 끝까지 밀어 넣고, 이후에는 세제 용기와 세탁기 설명서에 표시된 사용량을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통돌이세탁기라면 세제 투입부뿐 아니라 세탁조 가장자리와 급수되는 위치도 함께 살펴보세요. 빨래가 한쪽에 지나치게 높게 쌓여 물줄기를 바깥쪽으로 튀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 아래에서 물방울이 이어진다면
드럼세탁기 문 아래가 계속 젖는다면 도어 유리와 고무패킹 사이를 살펴보세요.
양말이나 얇은 옷자락이 문 사이에 걸치면 고무패킹이 완전히 밀착되지 않습니다. 머리카락 한 올이나 실밥, 굳은 세제 찌꺼기도 물이 빠져나올 작은 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세탁기를 멈춘 뒤 통 안의 물이 충분히 빠지고 문 잠금이 해제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문이 열리면 세탁물을 통 안쪽으로 밀어 넣고, 도어 유리의 가장자리와 고무패킹이 맞닿는 면을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주세요.
고무패킹의 접힌 안쪽에는 동전이나 단추, 머리카락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다만 손을 넣기 전에 전원이 꺼졌는지 확인하고, 패킹을 지나치게 잡아당기지 않아야 합니다.
패킹이 찢어졌거나 심하게 늘어나 문에 밀착되지 않는다면 접착제로 붙여 사용하지 마세요. 세탁 중에는 물과 진동, 세제에 계속 노출되기 때문에 임시로 붙인 부분이 다시 벌어질 수 있습니다.
세탁이 끝난 뒤 문을 여는 순간 물방울 몇 개가 떨어진 것이라면 도어에 남아 있던 물기일 수 있습니다. 바닥을 닦은 뒤 다음 세탁에서도 같은 자리가 계속 젖는지 확인하면 단순한 잔여 물기와 반복되는 누수를 구분하기 쉽습니다.
앞쪽 아래가 젖기 시작한 때를 떠올려보세요
드럼세탁기의 배수필터를 청소한 직후부터 앞쪽 아래가 젖는다면 필터와 잔수 제거 호스의 조립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배수필터가 비스듬히 잠겼거나 필터 홈에 실밥과 머리카락이 끼어 있으면 작은 틈으로 물이 샐 수 있습니다. 잔수 제거 호스가 있는 제품은 마개가 끝까지 끼워졌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다만 필터부터 곧바로 열지는 마세요.
세탁조 안에 물이 남아 있다면 필터를 여는 순간 바닥으로 많은 물이 쏟아질 수 있습니다. 온수를 사용했다면 남은 물이 뜨거울 수도 있습니다.
전원을 끄고 물이 충분히 식을 때까지 기다린 뒤, 바닥에 수건과 낮은 대야를 준비합니다. 그다음 해당 모델의 설명서에 나온 방법으로 잔수를 먼저 빼고 필터를 확인해야 합니다.
모든 세탁기에 사용자가 여는 배수필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덮개가 보이지 않는다고 외판을 열거나 제품 밑으로 손을 넣어서는 안 됩니다.
세탁기는 가끔 찾기 어려운 곳에 부품을 두지만, 그렇다고 숨은 그림 찾기처럼 외판까지 뜯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탈수할 때 갑자기 물이 번진다면
물을 받을 때와 세탁할 때는 괜찮았는데 배수나 탈수가 시작되자 바닥이 젖는다면 세탁기 뒤쪽의 배수호스와 바닥 배수구를 봐야 합니다.
배수호스가 본체에서 빠졌거나 연결부가 느슨해졌을 수 있습니다. 세탁기와 벽 사이에서 오래 눌린 호스에 작은 구멍이 생기기도 합니다.
호스 끝이 배수구에 제대로 고정되지 않으면 물을 강하게 내보내는 순간 호스가 움직이거나 주변으로 물이 튈 수 있습니다. 연장호스를 사용하고 있다면 연결 부위도 확인해야 합니다.
배수할 때 바닥 배수구의 물이 차오르거나 꾸르륵 소리와 함께 주변으로 넘친다면 세탁기보다 하수구 쪽 문제일 수 있습니다.
세탁기가 한꺼번에 내보내는 물을 배수구가 제때 받아내지 못하면 물이 역류합니다. 그 물이 제품 아래로 흘러가면 세탁기 내부에서 샌 것처럼 보입니다.
세탁실의 다른 배수구에서도 물이 천천히 내려가거나 냄새와 소리가 함께 올라온다면 건물 배관 상태도 살펴봐야 합니다. 입구에 보이는 머리카락과 이물질은 제거할 수 있지만, 배관 안쪽의 막힘은 관리실이나 배관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배수호스의 높이와 설치 방식은 드럼세탁기와 통돌이세탁기, 모델에 따라 다릅니다. 물이 안 빠진다고 임의로 호스를 높이 올리거나 바닥까지 낮추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제품의 설치 기준을 먼저 확인하세요.
탈수가 계속 반복되면서 통 안에 물이 남는다면 누수와 별개로 배수 상태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수도를 잠갔는데도 바닥이 다시 젖는다면
세탁실에는 세탁기 말고도 물을 만드는 곳이 있습니다.
근처의 보일러나 수도 배관에서 물이 샐 수 있고, 습한 날 벽과 창문에 생긴 결로가 바닥으로 흘러내릴 수도 있습니다. 물청소 후 남은 물이 바닥의 낮은 쪽으로 모이거나 다른 배수구에서 역류한 물이 세탁기 아래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탁기 수도꼭지를 잠그고 제품을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닥과 벽을 완전히 말려보세요.
그런데도 물이 다시 생긴다면 수도꼭지가 연결된 벽면, 보일러 아래, 창틀과 벽의 물길, 바닥 배수구를 살펴봅니다.
세탁기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바닥이 젖는다는 이유만으로 세탁기 내부 고장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수도꼭지를 잠갔는데도 세탁기 본체 중앙 아래에서 물이 계속 나온다면 사용자가 확인하기 어려운 내부 호스나 수조, 펌프 쪽의 점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제품을 기울이거나 외판을 열어 확인하지 마세요.
물이 어디에서 흘러나오는지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긴 뒤 제조사 서비스센터에 점검을 요청하는 편이 좋습니다.
다시 작동해 봐도 되는 때와 그러면 안 되는 때
급수호스의 눈에 보이는 연결 상태나 배수필터 마개처럼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문제를 바로잡았다면, 바닥을 완전히 말린 뒤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 물이 전원 주변으로 번지지 않았고 세탁기 본체 아래에서 많은 물이 나오지 않았을 때에만 해당합니다.
세탁물을 넣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 설명서가 허용하는 짧은 헹굼과 탈수 과정을 실행하고 자리를 지키세요. 급수할 때는 수도꼭지와 세제함, 통이 움직일 때는 도어 주변, 배수할 때는 필터와 배수호스 주변을 살펴봅니다.
바닥에 마른 휴지를 놓아두면 어느 지점이 먼저 젖는지 확인하기 쉽습니다.
반면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시험 운전을 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물이 콘센트나 전원선 가까이까지 번졌거나, 수도꼭지를 잠갔는데도 본체 아래에서 물이 계속 나오는 경우입니다. 호스나 고무패킹이 눈에 띄게 찢어졌을 때도 다시 돌리지 마세요.
타는 냄새와 연기, 스파크, 평소와 다른 큰 소음이 함께 나타난다면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 합니다. 누수 관련 표시가 반복되는 경우에도 코드를 사진으로 남기고 사용 중인 모델의 공식 안내를 확인한 뒤 점검을 요청하세요.
표시창이 조용하다고 반드시 정상인 것은 아닙니다.
소량의 외부 누수는 별도의 오류 표시 없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바닥이 반복해서 젖는다면 세탁기가 아무 말도 하지 않더라도 물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마른 바닥이 확인될 때까지가 마지막입니다
세탁기 앞에 물이 보이면 마음은 곧장 제품 안쪽으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실제 원인은 수도꼭지의 느슨한 연결일 수도 있고, 세제함에 굳은 유연제일 수도 있습니다. 문 사이에 걸친 작은 양말이나 배수구에서 되돌아온 물이 원인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고인 물만 보지 말고 흘러온 길을 살펴보세요.
세탁기를 멈추고 수도를 잠근 뒤, 바닥을 말리고 어느 곳이 먼저 젖는지 확인합니다. 급수할 때인지, 세탁 중인지, 배수할 때인지도 함께 기억해 두면 원인을 훨씬 빨리 좁힐 수 있습니다.
밖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연결부와 이물질의 문제라면 비교적 간단히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물이 전기 부품 가까이까지 번졌거나 본체 깊은 곳에서 반복해서 나온다면 거기서 손을 멈추는 것이 맞습니다.
세탁기 누수는 작은 물방울로 시작합니다.
다만 그 물방울을 작게 여기라는 뜻은 아닙니다.
겁부터 낼 필요도 없지만, 마른 바닥을 다시 확인하기 전까지는 서둘러 세탁기를 돌릴 필요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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